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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트만의 그림감상 전략 4단계>

Marc_Chagall._Green_Violinist

(1) 말로 표현하는 단계(서술하기)

‘서술하기’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미술 작품을 주의 깊게 보면서 이 미술 작품에 대해 아는 것, 알아본 것, 미술 작품을 보며 느끼는 것을 말로 하거나 글로 쓰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미술 작품이 그림인지 조각인지 말할 수 있고 그림이라면 크레용으로 그렸는지 아니면 물감으로 그렸는지도 말할 수 있다. 화가가 경치를 그렸는지, 사람 얼굴을 그린 것인지, 과일을 그린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하거나 쓸 수 있다. 붓으로 쑤-욱 그렸다든지 점을 찍듯이 그렸다든지, 판으로 찍어낸 그림이라든지 등등 그림 기법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과거에 그려진 그림에 대해 서술할 때는 이 그림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그려졌는지를 이야기하거나 글로 쓰고, 어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서술하기도 한다.

미술의 요소에 대해 서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이 그림 ‘The green violist'에 대해 서술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자. 1923년과 1924년 사이에 그렸지만 지금은 미국 뉴욕시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그림이 아주 크다.

그림의 바이올리니스트는 그림 액자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크게 그려졌다. 바이올리니스트는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고, 머리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 사람의 머리 뒤고 집들이 작게 보이고 구름도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발밑에도 작은 집들이 그려져 있고 사다리도 있으며 새와 개도 그려져 있는데 개는 두 발을 지붕 위에 얹어 놓은 모습이다. 제일 눈에 띄는 색깔은 보라색, 초록색, 주황색이다. 뒤에 보이는 작은 그림들은 모두 연한 중성색이다. 보라색 코트는 삼각형 모양으로 그려져 있는데 진한 보라색과 연한 보라색으로 그렸다. 이 사람의 얼굴과 손은 초록색이고 바이올린은 주황색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의 바지는 작은 정방향 모양이 많이 그려져 있다. 집의 창문 모양도 정방향이다. 붓으로 점을 찍었다. 모든 색깔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2) 분석해 보는 단계(분석하기)

서술하기는 그림이나 미술 작품을 보며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미술의 요소, 미술의 원리, 일반적인 내용들에 대해 주관적 느낌이나 생각을 말하거나 쓰는 것인 반면, ‘분석하기’는 미술의 요소와 미술의 원리가 어떻게 서로 연관을 맺으며 그림에 적용되었는지를 깊이 생각하여 이야기하거나 글로 쓰는 것이다. 화가가 화폭 위에 색, 점, 선, 모양, 명암, 공간, 질감과 같은 미술의 요소를 배열하면서 균형, 비례, 강조, 움직임, 변화와 통일성, 리듬/반복/패턴과 같은 미술의 원리 중 어떤 원리를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미술 작품을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거나 쓰는 것을 말한다. 심미적으로 분석해 보는 단계다.

샤갈의 그림을 가지고 분석해 보자. 바이올리니스트란 그림을 보면 이 그림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누가 뭐라 해도 얼굴과 한쪽 손과 초록색인 바이올리니스트 자신이다. 이 부분이 바로 샤갈이 강조한 곳이다.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의 눈은 그림 중앙에 크게 그려져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로 쏠린다. 눈길이 계속 가는 이유는 얼굴이 살색이 아니라 밝은 초록색으로 강조해서 주변의 연한 중성의 색깔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위의 검은색 선도 우리의 눈길이 바이올리니스트의 얼굴로 가도록 이끌고 있다.

 

(3) 해석해 보는 단계(해석하기)

해석하기란 미술의 요소와 미술의 원리를 생각하며 작품에 대한 해석을 내리는 단계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히 느낌이 오고 생각도 하게 된다. 아빠의 직장을 따라 제주도로 가서 얼마간 살았던 만 5세 남자 아이가 서울대공원에 있는 현대미술관을 엄마와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현대미술관 현관 안쪽 큰 벽면에 온통 푸른색으로 그린 300호짜리 그림이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탄생을 지르며 “와! 바다다.”했다. ‘바다’라는 느낌을 갖지 못했던 엄마가 다가가 그림의 제목을 보니 정말 ‘바다’였다. 미술의 요소나 미술의 원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어떻게 그리는지에 대해 서술하거나 분석할 수 없는 유아도 느끼고 생각해서 해석을 한 것이다.

유아교사들의 역할이란 유아가 작품을 보면서 서술하기부터 하든 분석하기부터 하든 아니면 해석하기부터 하든지 간에 유아들이 기초적 수준에서 미술의 요소나 미술의 원리를 연결지으며 생각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미술에 대해 폭넓은 경험을 쌓고, 미술의 요소와 미술의 원리에 대한 지식을 갖춘다면 유아들이 보이는 호기심을 미적 인식(심미감)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게 도울 수 있다. 유아의 이러한 표현 능력은 감상 능력과도 연결되어 곧 다른 사람들의 그림이나 조각 등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발전한다. 그러므로 이 해석의 단계에서는, 특히 유아교육기관에서는 개개인 유아들이 그림이나 조각을 보며 반응하는 내용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개개인 유아의 반응은 많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은 작품을 볼 때 자신의 느낌, 감정, 기분을 표현한다. 이때 “기분이 좋다” 또는 “나쁘다”라고 뭉뚱그려 표현하기보다 “초록색 얼굴 색깔이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해요”라든가 “초록색 얼굴을 자꾸 보게 만들어요. 우리들 얼굴하고 달라서 이상해요” 정도로 미술의 요소인 색깔과 기분을 연결지어 유아답게 해석하면 된다. 화가 작품뿐 아니라 친구들이 그림을 보면서 유아들이 기초적 수준에서 미술의 요소나 미술의 원리와 연관지어 보는 것이 그것이다.

과거에 그려진 그림을 해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감상할 때 과거에 그려진 그림을 역사적인 측면에서 감상할 때의 다른 점은 그 화가가 살았던 시대는 어떠하였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 시대의 가치관은 어땠는지, 어떤 옷을 입었었는지, 왜 이 작가는 그리는 방법이 지금과 다른지 등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유아들에게는 과거를 생각해 보는 일이 쉽지 않을 터이지만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서 그림의 표현이 어떻게 다른지 정도는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사들이 미술사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갖고 있다면 유아들과 언어적 상호작용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판단해 보는 단계(판단하기)

미술 감상의 네 번째 단계는 판단하기다. 처음 작품을 대했을 때 보이는 것, 느껴지는 것, 생각나는 것을 말이나 글로 쓰고(서술하기), 미술의 요소와 미술의 원리가 어떻게 엮여서 작품으로 나타나는지를 분석해 본 후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곁들이며 작품을 해석했다면, 판단하기는 작품을 미술적 관점에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단계다. 사과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먹어본 후 “이 사과는 맛있는 사과다.”“이 사과는 분명히 호박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서술하기, 분석하기, 해석하기의 단계를 거친 후 미술 작품을 판단한다는 것은 “나는 이 작품이 초록색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얼굴을 확실히 그렸고, 바이올리니스트의 몸을 그림의 가장 가운데 크게 중요하게 보이게해서 좋다”라고 말하거나 쓴 것과 같다. “나는 이 그림이 보기 좋기 때문에(또는 싫기 때문에)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판단하기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 또는 싫어하는 것에 의해 판단하지 않고 미술적 관점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유아들은 이 판단하기 단계를 전문적으로 해낼 수는 없다. 유아교사 아니 유아교육과 교수들도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판단하기 단계서 교사는 되도록 미술적 관점과 지식을 활용해 유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임을 알고 행동할 필요는 있다. 유아들은 교사의 도움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본적 태도를 갖게 될 것이고 성장해 가면서 그들의 삶이 좀 더 미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좁은 자취방 안에 빨간색 쓰레기통, 파란색 쓰레받기, 누런색 필통, 알록달록한 커텐 등 색깔이 각각 다른 물건들을 놓아 정신이 복잡하기보다는 방안의 물건 색깔들이 두 가지 이내가 되도록 노력한다면 싼 물건이라도 조화로워 마음이 편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출처 : '자유표현과 심미감 중심의 유아미술 교육', 이원영, 임경애, 김정미, 강유진 공저.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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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영

저는 이 블로그를 유아교육, 초등교육 그리고 중등교육 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에 관심있는 모든 부모님들과 예비교사 분들 그리고 현직교사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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