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Deci와 Richard Ryan에 의해 1980년대 중반부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은 오늘날 심리학 분야에서 인간 동기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체계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실증적 연구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내재적 동기 이론 중 하나다. 이 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자율성의 정도에 따라 순전히 타율적인 행동(외재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에서 완전히 자기 결정된 행동(내재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에 이르는 일련의 연속체 선상에서 개념화하고 있다. 즉,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벗어나 ‘자기’ 결정의 정도에 따라 동기를 설명한다.


자기 결정성이론에서는 처음에는 외적인 이유 때문에 시작한 행동이 개인에게 점차 내면화(internalization)되어 자율적인 행동, 즉 자기 결정된 행동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여기에서 내면화는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처음에는 부모나 성인과 같은 타인으로부터 획득된 신념, 태도, 행동 등이 개인의 가치나 행동 유형으로 점차 변형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림 1]은 인간의 동기유형을 자기 결정의 정도에 따라 배열한 것이다.

 

[그림 1] 자기결정성에 따른 동기 유형

 

● 무동기 (amotivation) : 행동할 의도가 결핍된 상태로 행동을 하지 않거나 의도 없이 행동을 한다. “공부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와 같은 진술에서 볼 수 있듯이, 무동기 상태에 있는 학습자들은 과제수행에 가치를 두지 않으며 자신이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무동기는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있는 학습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 외적 조절(external regulation) : 외적 보상이나 압력, 혹은 제약에 순응하기 위해 행동을 한다. 이러한 행동에는 자기결정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타율적 행동이다. 외적 조절에 의해 동기화된 학습자는 부모나 교사가 제공하는 외적 보상을 얻거나 벌을 피하기 위하여 과제를 수행한다. [외적 결과에 의해 동기화된 것으로 자기 결정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타율적 행동]

● 부과된 조절(introjected regulation ; 투사) : 자신이나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며 죄책감이나 불안 혹은 자기 비난을 피하기 위하여 행동을 한다. 부과된 조절에 의해 동기화된 학습자는 교사가 자신을 좋은 학생으로 생각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든지, 과제를 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든지, 하지 않으면 수치스럽기 때문이라든지 등의 이유로 과제를 수행한다.
[자신이나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며 죄책감이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동기화된 행동]

● 확인된 조절(identified regulation ; 동일시) : 이전에는 외적으로 조절되었던 가치나 목표를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고 선택해서 행동을 하게 된다. 확인된 조절에 의해 동기화된 학습자는 그 과목에 대해 이해하기를 원해서, 대학 진학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원해서와 같이 개인적 중요성이나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과제를 수행한다.
[개인적 중요성이나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동기화된 행동]

● 통합된 조절(integrated regulation) :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공부한다”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한다”와 같은 진술에서 볼 수 있듯이 통합된 좆러은 환경에 의해 강요되거나 방해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화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통합은 자기조절이 매우 성숙된 단계이기 때문에 자기반성적 사고가 가능한 청소년기 이후에나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도니 동기에 따른 행동은 내재적 동기와 공통점이 많지만 특정한 과제수행 자체에 내재해 있는 즐거움보다는 그 밖의 다른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을 하기 때문에 여전히 외적 동기에 의한 행동으로 간주한다.
[특정 행동이 갖는 바람직한 측면을 받아들여 자신의 가치체계에 통합하여 발현된 행동]

●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 자신의 내․외적 세계를 탐구하고 숙달하기 이한 선천적 성향이다. 내재적으로 동기화된 학습자는 학습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만족이나 즐거움, 재미 등을 얻기 위해 과제를 수행한다. 따라서 이들은 도전감을 주는 과제를 선호하고 호기심 때문에 과제를 수행하기도 하고 과제수행의 결과를 자신의 내부적 기준에 의해 판단한는 경향이 있다.


교수-학습 맥락에서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 모두 중요한 기능을 한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학습이 점차 어러워져 감에 따라 많은 학습자들은 과제수행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습자들의 학습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학습자들의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도 외적 보상이나 압력을 적절히 사용하여 특정한 가치나 행동을 학습자가 내면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자기결정성 이론의 핵심은 학습자의 내재적 동기를 유발시키고 외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을 내면화시켜 통합된 조정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 인간의 세가지 기본적인 욕구인 자율성, 유능감, 그리고 관계유지의 욕구를 자극하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환경의 구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학습자의 자율성은 학습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신장시킬 수 있다. 내재적으로 동기화된 사람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선택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선택한다. 이러한 사실은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서 자신을 자율적 행위자로 지각하도록 했을 때 내재적 동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학습자의 자율성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학습자들에게 학습에 대한 선택권, 즉 스스로 학습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능한 한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 학습자의 유능감은 도전감을 줄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향상시킬 수 있다. 유능감은 현재 수행하는 활동과 능력 간의 관계에 대한 지각에서 유발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쉬운 과제를 수행할 경우에는 따분해하거나 과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과제가 너무 어려우며 좌절해 버리거나 불안을 느낀다. 따라서 학습자의 유능감 욕구를 충족시키고 학습 동기를 윱라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현재 인지적 수준과 약간의 불일치를 조장할 수 있는 도전감 있는 과제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 학습자의 관계유지 욕구는 교사와 학생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관계유지의 욕구는 교육에서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암시해 준다. Brophy에 따르면 관계유지 욕구는 경쟁과 적대적 풍토에서가 아니라 협동적인 학습풍토 내에서 충족될 수 있다. 즉, 협동적 학습활동은 학습자들이 지식의 사회적 구성에 참여하도록 해 주기 때문에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학습자의 관계유지 욕구를 직접적으로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동기유발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박성익은 학습과제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 심리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고 개방적이 되려면 동료들로부터 수용적인 인정이나 좋아함, 또는 지지를 얻고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협동적인 학습환경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이와 같은 자기 결정성 이론에서 지각된 통제는 내재적 동기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지각된 통제에 관련해서 능력신념(capacity beliefs), 전략신념(strategy beliefs), 통제신념(control beliefs)의 세가지 신념이 중요하다고 제안된다. 능력신념은 능력, 노력, 타인, 운 등을 고려하여 자신의 역량에 대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개인의 신념이고, 전략신념은 특정 전략을 사용하면 목표가 달성될 것이라는 신념을 뜻한다. 스키너와 동료들은 지각된 통제가 학습에의 능동적인 관여를 고무시키거나 감소시킴으로써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림 2] 지각된 통제의 세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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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영

저는 이 블로그를 유아교육, 초등교육 그리고 중등교육 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에 관심있는 모든 부모님들과 예비교사 분들 그리고 현직교사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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